가장 보통의 드라마: 드라마 제작의 슬픈 보고서(이한솔, 2019)을 읽었다.
드라마 산업 속 노동환경을 평범한 언어로, 슬픔으로 쓴 책이었다. 책 자체가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엔 좀 어렵지만, 저자가 진심을 담아 썼기에 공감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한류의 대표주자 격인 한국드라마 산업이 화려한 발전의 뒷면에 희생되는 꿈, 청춘으로 미화되는 쓰고 버려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고, 여전히 해당 산업 내 소수의 강자들은 계속 제도의 회색지대를 발굴해 그 안에 은신하려고 한다는 것.
그래.. 아무리 경제, 시장, 자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람이 버려질 수 있는 사회라는게 너무나 슬프다.
무엇을 위한 결과.일까?
문화예술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심지어 가려지기까지 하는 약자에 대한 폭력을 얼마나 더 허용해야할까.
여성에 대한 문제라고 인식되는 연극계의 미투 역시 여성에 대한 문제라고만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는-
이들이 미투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여성이기도 하지만, 현장의 막내, 계약과 계약의 수퍼 을, 쓰고버려도 되는 사람들이란 가장 약한 고리인 제도의 회색지대에서의 약자이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에 입각한 제도가 만들어낸 욕망의 사슬은 위험하다.
문화예술산업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턴키계약, 프리랜서 계약이 다양한 제도 안에서 사람을 버리고 있지만,
오히려 제도라는 이름으로 계속 새로운 약자를 만들고 가까스로 이 제도의 양지에 있는 자들과 아닌 자들을 양극화시키는 이상 약자/희생자는 계속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배우, 스태프, 감독, 비평가, 시청자(관객).... 어떤 역할도 세트장, 조명기기 등과 같은 물리적 요소와 대체가능하지 않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산업에서 가장 핵심 자원은 "사람"이다.
"연예인 보면서 예술하는"이라는 비하적인 표현으로 이 분야의 인력을 말하지만, 연예인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연예인을 단지 보는 것은 특혜가 결코 아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인력이 없으면 연예인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런 책이 계속 쓰여지는- 사람이 쉽게 버려질 수 있는- 환경이라면 함께 드라마산업, 더 나아가 문화예술산업은 공멸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귀한 것은 이론도 아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원칙principle이다.
한빛센터가 할 일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그저 사치스럽게 들리는 것이 진심으로 슬프다.
'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봄학기를 마치며. (0) | 2019.07.19 |
---|---|
[암호해독자]를 읽었다. (0) | 2019.07.19 |
급반성 (0) | 2019.07.12 |
기분 좋은 비 (0) | 2019.07.10 |
화(火) (0) | 2019.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