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다카노리의 하류노인..을 읽고 짜증났던게 얼마전이다.

과로노인!이 나왔다길래 그래도 노인과 관련된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읽어야하겠지란 마음으로 읽었다.


완전한 추천!- 솔직한 책이라고 해야할까나..

노인에 관한 문제가 늘 답이 없게 느껴지는 이유가 참 잘 설명되어 있다.

요즘 사회변화 속도에 비한다면, 또 옛날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논리와 시사점은 아직도..앞으로 당분간은 유효할 것이기 때문에 

특히 노인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주장은, 책 카피에서는 한마디도 안나오지만,

노인 관련 사회적 문제들이, 노인- 혹은 개개인-의 문제라고 보면 안된다는 시각에서 시작한다.

결국 노인이 되기 전 청년-혹은 비노인-세대가 계속 안고 온 사회적 문제가 

나이듦의 과정과 맞물려서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개인의 노력 여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근면함, 자기관리가 노년의 빈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흙수저/금수저 논란에서 보이듯,

개개인의 근면함,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일본(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노년의 문제는 사실 이미 예상되고, 예측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희망없는 사회- 막연한 불안에 떠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고 말한다.  

절망스러운 이런 예측들.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들 (재원의 부족이라든가, 거지같은 정치인들과 풍토라든가).

이런 것들이 사실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더더욱 암담하기만 한 고령사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싸우길-행동하길- 독려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최근 한국에서 다시 조금씩 활기를 가지려고 하는 페미니즘 논의와 동시에

미국의 자기 몸 사랑하기, MeToo 흐름을 비교해보면서,

불안한 사회에서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서로 연대까지는 못하더라도, 이해하려고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그 안에서 기존의 담론과 싸우는 것은 거저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내가 맞이할 한국의 고령사회는 결국 내가 만들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간만에, 2017년이 가기 전에 담백한 책을 읽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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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z :

"우아한 노년" 중에서...

2014. 8. 4. 15:37 from research

“우리는 수녀가 되면서 자식을 갖지 않겠다는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뇌를 기증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수수께끼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생명의 선물을 줄 수 있습니다.” (p89)




Nun Study (수녀연구)라는 Alzheimer disease에 관한 연구에 대한 책, 우아한 노년 (유은실 역, 2003, 원제 Aging with Grace by David Snowden)을 읽고 있는데, 이 구절에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땐, 좋은 일에 성직자가 왜 마다하겠는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린 모두 인간이다.  

자신의 뇌 뿐 아니라, 개인사까지 모두 기증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릴적 일기장부터 마지막날까지, 그리고 죽음 후까지 잘 모르는 연구자에게 기증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날라리 가톨릭신자여서 그런지, 성직자 포함 수녀님에 대해 좋은 인상만 있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의 결단과 헌신을 존경한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Posted by a.to.z :

한국 노인의 삶의 질을 연구한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

알아서 잘 사는데 뭐하러 연구를 해야하지 싶다....

고민이 깊어가는데 아주 뒤통수를 치는 기사를 봤다 (기사: 서울교육청 토론회).

무슨 노인공경 같은 소리...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이라고....

물론 약자가 '되어가는' 노인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렌즈를 키울수록 화만 난다. 어떤 시각으로 보든, 이 시대 한국노인들은 점점 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일까.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연구를 하려했던건지 회의가 든다.

연구자의 삶에 최소한의 기쁨은 사회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해왔는데...

나무만 죽이는거 같아 화가 난다.



Posted by a.to.z :

조력자살

2013. 12. 31. 14:33 from research

조력자살이란,  

개인이 죽을 시점을 자발적으로 정해, 다른 사람(기관)에게 그 과정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이를 죽음을 '준비'한다고 할지, '방조' 혹은 '협력'한다고 할 것인지...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사실 인류가 이런 사치스러운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력자살을 의료기술의 발달과 고령화가 가져온 이 시대의 도덕적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신자로서 생명은 하느님에게 달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현대 의학 행위들이 정말 신의 영역을 존중하고 있는 것일까란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쇠약해져 먹을 수 없으면 위에 튜브를 연결해 음식을 넣어주고-그래서 간신히 살아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돌보기 위해 삶을 자의반타의반 포기한 가족들.
그들에게 과연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는 것. 
혹은 점차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 기계로 숨을 넣어가며 사는 것.
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영혼을 잃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가까운 사람들...
이것이 언제부터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싶다. 
이런게 늙어가는 것(aging)일까.

비단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젊은 세대들도 자신이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서 판단을 할 수 없을 경우를 스스로 대비해 가족들을 보호하고자 조력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
더우기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경우, 파생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 때문에,
언젠가는, 누군가는, 다른 이의 생명에 대한 결정을 해야한다. 

조력자살 논의는...
현대의학의 발전, 사회안전망의 미흡함 등을 고려했을때, 
도덕적 고민보다는 해결책을 원하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KBS 세계는 지금에서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돕는 스위스 exit이란 단체에 대한 방송을 했다.

내 개인적인 느낌인지, 공영방송이라 그런건지..반대입장의 뉘앙스가 깔린 중립적 멘트 같았다.


왜 사람들이 이런 어려운-무서운 결정을 서슴치 않게 되는 것일까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아나운서의 말마따나 조력자살이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고민해야할 문제라면 좀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Suicide Tourist, PBS Frontline]


[You Don't Know Jack trailer]





Posted by a.to.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