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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우울감

2015. 3. 16. 20:40 from 단상

난 봄이 별로다.

생명의 시작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나는 별로다.

이 불안한 공기가 피곤하달까나- 있던 의욕까지 싹 다 가져가는 기분이다....ㅠㅠ

그것이 에너지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봄이 어쨌든 별로다.


요즘 우울증/우울감을 생각할 기회가 많은데,

우울이란 것은 감정이라기보다, 감정의 상태에 가까운 것 같다.

기쁨, 슬픔, 분노, 공포, 혐오 등등 이런 것들을 무기력하게 하는 것. 그게 우울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우리가 소위 '기분'이라 말하는 것을 결정하는 감정이 아예 무기력해 마비되는 것인데...

우울감을 벗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무기력-힘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비'된 것이기 때문에, 

그 마취가 풀려야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감정을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부셔야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우울한 사람들은, 그 의지를 움직일 마음의 힘이 이미 없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봄의 불안정한 기운은, 우울한 사람들의 무기력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소생하는 계절에, 모든 것이 꿈틀거리는 이 시간에, 그들은 멈춰있으니까.


이 계절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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