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영화가 있을까.
정치적이지 않은 사회적 행위라는 것이 있을까.
영화가 영화 내용이 아닌 다른 것들 위주로 평가되고 있을때 나는 그 영화가 불편하다.
영화 변호인도 마찮가지다. 내 견해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보기도 영화의 '의도', 혹은 '정치적 편향성' 등을 말하면 왠지 그 영화는 불편하다. 그래서 이미 난 불편했다.
그저 나에겐 더 불편하고 더 정치적인 '집으로 가는 길'이나 지겨운 미국식 판타지 '호빗'이 지겨워서
영화 변호인을 봤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모르는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잘 모른다.
부끄럽게도 무식하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나는, 사실 비겁하다.
그런데 영화가 참 좋았다.
내용은 좋았으나 영화로의 완성도는 미흡했던 다른 작품들보다 좋았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배우들 하나하나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참 좋았다.
배우가 대단했던 것일까, 이야기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것이었을까.
피하고 싶은 것 앞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를 2013년의 거울로 봤기 때문일까.
나에게 영화 변호인은, 정치적이라기보다, 그 시절을 살아가는 솔직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 같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부끄러워하는 비겁함.
그러나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라는 작은 희망.
그런 것들이 나는 좋았다.
단지 어쩌면 이 영화를 정치적이라고 두려워하는 우리 모습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에, '열심히 사는 것'으로 괜찮아질 수 있을까.
아직도 하루종일 빨갱이가 두려우면서, 감히 그때보다 세상살기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최근에 우리사회는 안녕들하냐고 대학생들, 청소년들의 질문을 받았다.
할 일 없는 대학생들의 순진함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게 가슴 아프다.
얼마나 더 잘 살아야만 '할 일 없는 이'들의 질문도 들어줄 수 있는걸까.
이 영화 괜찮다.
이런 영화도 안된다면서 살기 좋아진 세상이라고 말하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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