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에 확실히 기록될 사건에 일부가 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절대 기록에서 제외되지 않을 사건이다. 마치 88서울올림픽처럼 말이다.


이런 큰 행사가 서울이 아닌 인천, 즉 지방도시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일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인천 및 주변지역의 인프라 구축 및 지역경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한 경기장 정비를 통해 인천시는 좋은 체육시설을 갖출 기회를 가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45개국의 각종 스포츠선수들이 방문해 인천의 체육시설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낼 것이고, 

이를 약간의 노력만 한다면 아시안게임 내내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천시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특별한 문화혜택의 제공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이런 행사를 치를때에는,

인프라 구축 뿐 아니라, 운영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다국어 가능한 통역자원이 있는가, 방문객들이 지역 내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가.

장애인시설과 이에 관련한 다국어 서비스가 가능한가. 뭐 이런 기본적인 것들.

그래서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형 이벤트 개최는 그 지역의 경제활성화 뿐 아니라, 시민 문화 성숙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

더불어 인천이라는 지역 홍보 및 마케팅 효과는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 여수, 평창 등 세계적 규모의 메가이벤트 유치에 큰 힘을 쏟아왔던 것인데....

실제 그런 효과가 지역에서 나타났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나는 대형스포츠이벤트가 가져오는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다소 회의적인 편이다.

그렇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길 바라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무려 70만원짜리 개막식 티켓을 구했을때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개막식을 갈 계획을 세우는데부터 뭔가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다.

주차문제. 일단 공식웹사이트에서 하루 전날 9/18까지 구체적인 방법이 올라오지 않았다.

조직위원회에 전화해보니, 임시주차장에 세우라면서 공터 주소를 알려줬다. 

홈페이지에 잘 안나와있다면, 적어도 아시아드주경기장 근처에서라도 안내하는 사람이 필요할텐데...

경기장 코앞에만 경찰력이 있고, 임시주차장 네군데를 구분하는 명칭도 없이 그냥 길가에 군데군데 임시 표지판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있다 없다 했다. 

경찰들을 비롯한 안내해줘야 할 스태프들은 경기장 초입에만 있어서 다 찾아가서야 보였다.

나는 감사하게 한국어에 능통하지만, 외국방문객들은 어떻게 올까 싶었다.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방문객을 배려할 수 있는 행정을 기대한 것은 무리일까.

장애인 접근성 문제. 더불어, 우여곡적 끝에 찾아간 주차장은 참으로, 어이없었다.

자갈공터 위에 주차 칸 표시를 노끈으로 해두었을뿐. 게다가 주차장 한가운데에 큰 구덩이가 있는데, 근처에 (최소한)야광으로된 주의표지판이 없었다.

더불어, 내가 주차했던 경서 방면 주차장은 셔틀버스 없이 걸어가야 하는데, 자연친화적?인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나는 건강한 젊은이다. 그러나, 노약자, 장애인은 어떻게 내려가야 할까. 

그리고 주경기장 안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표지판(심지어, 비장애인들에 대한 표지판도)도 너무나 부족했다. 대체 70만원짜리 프리미엄 좌석에 앉는 사람도 찾기 힘든데, 일반석에서는 어땠을지....

인적자원 운영문제. 안내하는 스태프인지 자원봉사자는 안내가 필요없는 곳에만 몰려있고, 개막식 후 나갈때 주차 혼잡을 돕는 인력은 없었다. 스태프들끼리 반갑고, 즐거운 것은 이해하지만, 관람객에게 적재적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들의 역할은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주경기장 내 매점 운영문제.  먹을 것은 아무것도 안된다고. 심지어 내 앞에 입장하던 가족(아이 둘 동반 4인가족)은 초코파이 몇개까지 압수당했다. 안전 상의 문제일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주경기장 내 매점이라는 칸막이에서 발열도시락, 컵라면과 뜨거운 물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간이 매점이기에, 그야말로 구석에 임시 플라스틱 테이블을 놓고 과자, 전투식량, 핫바, 발열도시락, 컵라면 등등을 판매하는데.... 라면이 익을 만큼 뜨거운 물은 관리 없는 상태로 방치해두면서, 개별포장된 초코파이를 압수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니... 


인프라가 갖춰졌는가를 논하기도 앞서 이미 운영 능력의 부재로 인해 

내가 가진 인천시에 대한 호감도까지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막식이 끝날때까지..나는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텔레비전으로나 보기로....


뭐...이런 느낌들을 자잘한 문제라 생각하고, 덮어둔다치자. 

개막식. 이미 몇몇 기사들이 언급했지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MK스포츠, 2014.9.20. "[인천AG] 감동 없는 '삼류' 개막식... '한류' 스타만 남았다")

임권택, 장진 감독이 말 안해도, 얼마나 저예산이었는지 알만한 개막식 퍼포먼스는.

의미없이 화려한 LED와 영상기술 자랑 정도에 그쳤다.

행사가 무려 저녁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었는데, 

기억해내기 어려울만큼 조악한 스토리라인으로 만들어내었다.

게다가.

2014년 인천에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모였는데, 할 얘기가 인천의 우체국, 전화기, 철도, 공항 설치 뿐이었다니.

비류와 심청이가 만나 편지쓰고, 전화하더라............


한류스타들의 인기확인을 위한 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개막식 마지막이 싸이의 말춤과 강남스타일이라니.

스포츠정신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밝혀줄 성화 최종 점화자가, 그 많은 스포츠선수들을 제치고, 장금이 이영애라니.

난 싸이와 이영애씨는 좋아한다. 실제로 반가웠다. 그런데 왜 왔는지 왜 강남스타일을 인천에서 외치고 있는지.

인천시민에게 밤 늦은 시간 시끄럽게 한 것이 미안할정도로. 

이 행사는 참 수준없는 행사였다.

이런 행사는 7원도 아깝다.

내 시간을 환불받고 싶을 정도로, 황당한 개막식이었다.


물론 나의 메가이벤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이번 개막식을 본 소감에 영향을 안주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아무리 좋게 보고 싶어도 씁쓸해짐을 감출 수는 없었다.

굉장히... 슬펐다. 

열심히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의 좋은 의도가 잘못된 초대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앞으론 다시 없어야할 저질 행사를 치룬 인천시의 능력에 감탄을 보낸다.

역사가 급히 잊어주길,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라게 된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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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z :

서울살이

2014. 8. 29. 16:34 from 생각.
대한민국에서
서울에 산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동시에 특권이란 것을
서울 사람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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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z :

언젠가 아는 선배의 말- 

"한국 음식문화가 바뀌지 않는한, 여성 해방은 요원하다"...

이젠, 단언컨데, 내 인생의 명언 중 하나이다.

매일 먹는 김치 담그는 방법만 봐도...그 선배의 말은 정말 뼈가 있다 못해, 옳다!


손빠른 옆집 아줌마가 부럽기는커녕, 

나는 안쓰럽단 생각만 든다.

저렇게 빠른 손에- 특별한 손맛을 모두 대단하다하면서도-

일류 스타요리사들은 에드워드니 레오니 외국이름의 남자들인걸.



결혼 후 첫번째 한국에서 지낸 명절..

정말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진심으로 혼란스러워진다.


명절증후군, 가사노동 분담 이런걸 말하는건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치자.

명절에나 만나서 뻘쭘하게 어정쩡 말섞음을 하고 있는, TV없이 살 수 없는 저 남자들이나,

평소엔 먹지도 않는 음식을 집안의 전통이란 이름으로 며칠걸려 만들어내는 이 여자들이나...

모두가 괴롭다.

당연한듯-그게 맞는 그림인듯. 

틀린그림에는 장가를 잘못갔느니-친정에서 뭘 배웠냐느니...

맞는 그림에 속하려고 노력하고 나니, 

나도 남편도 즐겁지 않다.


조상에 대한 공경이나, 

차례 문화나, 음식문화나...

미풍양속-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겪어온 여러가지 변화가 반영된건 아니니까.


점점 혼란스럽다.

나는 너무 공부를 많이 했나보다.

이 시기만 되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부모님의 경계는 호적이란 이름으로 그어지고.

현실적인 부모님은 여전히 그 그늘에서 희생되는...

어느쪽도 행복하지 않은 이 제도의 잔해가 불편하다.


명절증후군이라고- 옛날 어머니들을 비교하며 엄살에, 불평이라해도- 

내 삶의 질은 21세기를 지향하는데에 있지, 19세기 재현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개의하지 않고 싶다.




아무도 안보는 블로그를 쓰면서도 두려운걸 보면,

대한민국 여성 해방은...정말 요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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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z :

생각만 하면, 꿀밤 한대 때리고 싶다가도 슬며시 웃음이 나는. 그런 친구가 있다.
늘 자기 일에 성실하며, 뭘 하든 꾸준한 그녀에게 늘 감탄하며...
부러워한다.

그 친구가 간만에 들은 내 소식에 놀라,
선물로 보내준 책, '내 생애 단 한번'.


사실 내가 보는 책은 거의 공부에 관한 책이 아니면, 추리소설..류^^; 여서
장영희 교수가 누군지도 잘 몰랐다.
게다가, 뭐냐..그...인도쯤 다녀와서 삶의 경지를 체험한듯 말하는 책들이 짜증스럽다.
이책도 그런 것이겠거니 했는데.

잔잔하게, 그리고 평범하다 못해 소박하기까지한 글에서,
책을 덮으면서 가슴 속 감동을 느꼈다.
읽는 내내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가슴 속에서 조금씩 일었던 작은 파도가 마지막에는 밀물처럼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내가 여기서 무슨 글이 어떻게 좋더라라는 말은 
글에 뱀발을 달아놓는 것과 같기 때문에 쓰지 않겠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선물하리라.



원정아, 정말 고마워.
오랜만에, 책 읽고 따뜻했다....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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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간.

2009. 3. 31. 14:28 from 생각.

얼마전 시험준비 내용으로 핀란드 공교육이 어떻기에 성공했는가에 대한 기사를 리뷰했었다.
'뛰어난 아이들'에게 투자하기보다,
같은 학습내용에 대해, 그 '뛰어난 아이들'이 '천천히 하는 아이들'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교실 전체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

사실 요즘 한국교육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괴롭다.
왜 배움의 공간이 싸움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건지.....
진정 이기고 지는 전투의 장에서만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걸까.
아니, 아이들의 성장에 관심은 있는건가.

요즘 일제고사니, 백지답안이니...
그런 기사들을 보면, 선뜻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논의가 일어나는 발상이 무섭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정말 백지를 내고 싶거나, 공부가 하기 싫거나 했던 것 같지 않았다.
아이들이 궁금했던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 학교가 지겨웠던 것 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왜 이런걸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배우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런 내용을 억지로 삼키는 것만으로도 힘들텐데,
시험도 꼭.봐줘야 하고.
답안도 꼭. 성의있게 보이게 써줘야 하는 것.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시험지 찍어낼 힘과 돈이 있거든,
무엇을. 어떻게. 제대로 가르칠지 고민하는데나 쓰시지.


나는 비겁한 뒷자리에 서 있기에....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과 함께 해주는 교사들에게, 
말도 안되는 요구에 투쟁하는 그들에게,
그저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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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과 세운상가

2009. 3. 16. 01:44 from 생각.

청계천..그리고 세운상가를 포스트모던 경관으로 주제로 페이퍼를 써보려는 생각에,
당시 그 난리 북새통에도 애써 피했던 뉴스와 사진자료들을 뒤적여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그닥 경험해볼 새 없었던.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90년대 강남을 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세운상가 키드니, 청계천 고가니..잘 모른다. 차라리 코엑스몰이니, 테크노마트니... 요런 쪽이다.

종로, 청계천..이런 쪽은 없는게 없는...
내 기억에는.
그곳은 마치 보물찾기 마냥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그런 옆집 할아버지네 같은 곳 같았다.
복잡하지만, 갔다와서는 할 얘기가 많은 그런 곳.

내가 외면하는 사이에,
인터넷 속 그곳들은
이젠 사진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새롭게 단장한 공간으로 바뀌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결정되어 바뀌어버린 경관들.
서울사람들에겐 마치 헬스클럽이나 코엑스몰의 외장판 같이 새로운 청계천이 쌔끈한 즐길거리일지 모르겠다.
아직까지 둘러싼 논의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특징없이 그저 깔끔하고 새것인 그 경관이 거북스럽다.
그저 확 부수어 버림으로써 역사를 지워버리는-포스트모던적 행위?!-것이 너무나 쉬어져버린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재빨리 지워버려야 할 것이 많은 것일까.

한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서울을 떠나와있지만,
인터넷으로 본 사진들은 한결같다.
즐기는 모습마저 비슷비슷한 그 모습이 서글프기에,
또 다시 난 피하고만 싶다.


나는. 그렇다.
알고 싶지 않다. 정신을 잃을꺼 같다.
서울이 점점 그냥 공산품 같이 변해가는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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