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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21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그리고 개막식

역사책에 확실히 기록될 사건에 일부가 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절대 기록에서 제외되지 않을 사건이다. 마치 88서울올림픽처럼 말이다.


이런 큰 행사가 서울이 아닌 인천, 즉 지방도시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일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인천 및 주변지역의 인프라 구축 및 지역경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한 경기장 정비를 통해 인천시는 좋은 체육시설을 갖출 기회를 가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45개국의 각종 스포츠선수들이 방문해 인천의 체육시설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낼 것이고, 

이를 약간의 노력만 한다면 아시안게임 내내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천시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특별한 문화혜택의 제공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이런 행사를 치를때에는,

인프라 구축 뿐 아니라, 운영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다국어 가능한 통역자원이 있는가, 방문객들이 지역 내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가.

장애인시설과 이에 관련한 다국어 서비스가 가능한가. 뭐 이런 기본적인 것들.

그래서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형 이벤트 개최는 그 지역의 경제활성화 뿐 아니라, 시민 문화 성숙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

더불어 인천이라는 지역 홍보 및 마케팅 효과는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 여수, 평창 등 세계적 규모의 메가이벤트 유치에 큰 힘을 쏟아왔던 것인데....

실제 그런 효과가 지역에서 나타났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나는 대형스포츠이벤트가 가져오는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다소 회의적인 편이다.

그렇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길 바라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무려 70만원짜리 개막식 티켓을 구했을때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개막식을 갈 계획을 세우는데부터 뭔가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다.

주차문제. 일단 공식웹사이트에서 하루 전날 9/18까지 구체적인 방법이 올라오지 않았다.

조직위원회에 전화해보니, 임시주차장에 세우라면서 공터 주소를 알려줬다. 

홈페이지에 잘 안나와있다면, 적어도 아시아드주경기장 근처에서라도 안내하는 사람이 필요할텐데...

경기장 코앞에만 경찰력이 있고, 임시주차장 네군데를 구분하는 명칭도 없이 그냥 길가에 군데군데 임시 표지판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있다 없다 했다. 

경찰들을 비롯한 안내해줘야 할 스태프들은 경기장 초입에만 있어서 다 찾아가서야 보였다.

나는 감사하게 한국어에 능통하지만, 외국방문객들은 어떻게 올까 싶었다.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방문객을 배려할 수 있는 행정을 기대한 것은 무리일까.

장애인 접근성 문제. 더불어, 우여곡적 끝에 찾아간 주차장은 참으로, 어이없었다.

자갈공터 위에 주차 칸 표시를 노끈으로 해두었을뿐. 게다가 주차장 한가운데에 큰 구덩이가 있는데, 근처에 (최소한)야광으로된 주의표지판이 없었다.

더불어, 내가 주차했던 경서 방면 주차장은 셔틀버스 없이 걸어가야 하는데, 자연친화적?인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나는 건강한 젊은이다. 그러나, 노약자, 장애인은 어떻게 내려가야 할까. 

그리고 주경기장 안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표지판(심지어, 비장애인들에 대한 표지판도)도 너무나 부족했다. 대체 70만원짜리 프리미엄 좌석에 앉는 사람도 찾기 힘든데, 일반석에서는 어땠을지....

인적자원 운영문제. 안내하는 스태프인지 자원봉사자는 안내가 필요없는 곳에만 몰려있고, 개막식 후 나갈때 주차 혼잡을 돕는 인력은 없었다. 스태프들끼리 반갑고, 즐거운 것은 이해하지만, 관람객에게 적재적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들의 역할은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주경기장 내 매점 운영문제.  먹을 것은 아무것도 안된다고. 심지어 내 앞에 입장하던 가족(아이 둘 동반 4인가족)은 초코파이 몇개까지 압수당했다. 안전 상의 문제일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주경기장 내 매점이라는 칸막이에서 발열도시락, 컵라면과 뜨거운 물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간이 매점이기에, 그야말로 구석에 임시 플라스틱 테이블을 놓고 과자, 전투식량, 핫바, 발열도시락, 컵라면 등등을 판매하는데.... 라면이 익을 만큼 뜨거운 물은 관리 없는 상태로 방치해두면서, 개별포장된 초코파이를 압수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니... 


인프라가 갖춰졌는가를 논하기도 앞서 이미 운영 능력의 부재로 인해 

내가 가진 인천시에 대한 호감도까지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막식이 끝날때까지..나는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텔레비전으로나 보기로....


뭐...이런 느낌들을 자잘한 문제라 생각하고, 덮어둔다치자. 

개막식. 이미 몇몇 기사들이 언급했지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MK스포츠, 2014.9.20. "[인천AG] 감동 없는 '삼류' 개막식... '한류' 스타만 남았다")

임권택, 장진 감독이 말 안해도, 얼마나 저예산이었는지 알만한 개막식 퍼포먼스는.

의미없이 화려한 LED와 영상기술 자랑 정도에 그쳤다.

행사가 무려 저녁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었는데, 

기억해내기 어려울만큼 조악한 스토리라인으로 만들어내었다.

게다가.

2014년 인천에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모였는데, 할 얘기가 인천의 우체국, 전화기, 철도, 공항 설치 뿐이었다니.

비류와 심청이가 만나 편지쓰고, 전화하더라............


한류스타들의 인기확인을 위한 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개막식 마지막이 싸이의 말춤과 강남스타일이라니.

스포츠정신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밝혀줄 성화 최종 점화자가, 그 많은 스포츠선수들을 제치고, 장금이 이영애라니.

난 싸이와 이영애씨는 좋아한다. 실제로 반가웠다. 그런데 왜 왔는지 왜 강남스타일을 인천에서 외치고 있는지.

인천시민에게 밤 늦은 시간 시끄럽게 한 것이 미안할정도로. 

이 행사는 참 수준없는 행사였다.

이런 행사는 7원도 아깝다.

내 시간을 환불받고 싶을 정도로, 황당한 개막식이었다.


물론 나의 메가이벤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이번 개막식을 본 소감에 영향을 안주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아무리 좋게 보고 싶어도 씁쓸해짐을 감출 수는 없었다.

굉장히... 슬펐다. 

열심히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의 좋은 의도가 잘못된 초대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앞으론 다시 없어야할 저질 행사를 치룬 인천시의 능력에 감탄을 보낸다.

역사가 급히 잊어주길,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라게 된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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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z :